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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법

증권사 소액채권 오후 담합 3시30분 메신저 회의






증권사 소액채권 오후 담합 3시30분 메신저 회의

증권사 6년간 소액채권 금리 담합 '파장'

6억 주택 구입자 7만원 손해…집단소송 움직임

업계 "행정지도 따랐는데 담합이라니…억울"

시중 증권사 20여곳이 국민주택채권 등 소액채권 수익률을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 192억3천3백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또 수익률 담합 규모가 큰 대우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6개 증권사를 검찰에 고발조치 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담합으로 증권사가 국민들이 채권을 팔 때 일부러 싼 값을 오롯이 국민들이 손해를 본 만큼의 이익이라고 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공정위는 내다보고 있다.

4일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우리투자증권 등 시중 증권사는 지난 2004년 3월말부터 2010년 12월10일까지 매일 야후 메신저를 이용해 국민주택채권 1·2종과 지역개발채권, 서울·지방도시철도채권 등 소액채권의 금리가 높게 결정되도록 합의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매수할 소액채권의 가격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수익률을 보장받았다.

출처: 한국경제

 

"국주(국민주택채권) 1종 5.60%, 서울(서울도시철도채권) 5.91%, 지역(지역개발채권) 5.89%."(2007년 5월 모 증권사 채권담당)

 

"넵." "△△증권 완료." "○○증권 완료." "◇◇증권 완료."(각 증권사 채권담당)

 

공정거래위원회가 4일 증권사들이 소액채권 금리를 담합했다는 근거로 공개한 인터넷 메신저 내용이다. 20개 증권사는 2004년 3월부터 6년 넘게 장외 채권시장이 마감되는 오후 3시30분께 일부 증권사가 먼저 금리를 제시하면 다른 증권사들이 이에 호응하는 방식으로 소액채권 금리를 담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채권 싸게 사려고 담합

증권사들이 소액채권 금리를 담합한 배경은 소액채권을 낮은 가격에 매입하기 위해서다. 주택이나 자동차를 구입한 소비자는 일정액의 소액채권을 매입해야 하는데 매입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곧바로 은행에 되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행은 소비자에게 산 채권을 그대로 증권사에 넘기고 증권사는 이 채권을 인수해 나중에 팔아 시세차익을 올린다.

 

문제는 이때 소비자가 넘기는 소액채권의 매도가격을 증권사가 정한다는 점이다. 소액채권 금리(채권수익률)가 높을수록 소비자가 은행에 넘길 때 적용받는 채권 매도가격이 떨어지고 증권사가 이득을 보는 구조다.

 

가령 2007년 5월 A씨가 서울에서 6억원짜리 아파트를 샀다고 치자. 주택법에 따라 A씨는 만기 5년짜리 국민주택채권 1860만원(주택가격의 3.1%)어치를 구입해야 한다. 국민주택채권 금리가 연 5.60%라면 A씨의 채권 매도가격은 1641만6000원 정도다. A씨는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해 5년간 보유하는 대신 채권 매입가격(1860만원)과 매도가격(1641만6000원)의 차액인 218만4000원만 은행에 내면 된다.

 

그런데 증권사 담합으로 국민주택채권 금리가 연 5.70%로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 A씨의 채권 매도가격은 1634만원으로 떨어지고 A씨가 은행에 내야 하는 돈은 226만원으로 늘어난다. A씨는 7만6000원가량 손해를 보는 반면 증권사는 이만큼 이득을 보는 셈이다.

◆CD금리 담합 조사에도 영향

 

금융투자협회는 이날 공정위의 증권사 제재와 관련, "투자자로부터 신뢰 회복을 위한 소신의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내심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증권사들의 채권 금리 담합이 정부의 행정지도에서 비롯됐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2004년 당시 40bp(1bp=0.01%포인트) 정도였던 국고채 금리와 소액채권 금리 차이를 국민 부담 경감 차원에서 10bp 내외로 축소할 것을 권고한 게 발단이라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국가 정책에 부응했는데 담합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신동권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행정지도가 담합을 하라는 의미는 아니지 않느냐"며 "증권사들이 행정지도를 빌미로 담합을 한 것은 분명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고발이 확정된 6개 증권사는 신규 사업 진출에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법원에서 벌금형 이상이 확정되면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3년간 신규 사업 진출이 금지되고 5년간 자회사를 만들 수 없어서다. 일부 증권사는 법정 소송을 고려 중이다.

이번 제재가 최근 논란이 된 공정위의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건 모두 증권사 채권 담당자들이 인터넷 메신저를 이용해 금리 정보를 교환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소액채권 오후 담합 3시30분 메신저 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