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윤여준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저를 가리켜서 ‘합리적 보수주의자’다 또는 ‘개혁적 보수주의자’라고 합니다.
제가 평소에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판단을 중시하면서 정치개혁을 꾸준히 주장한 것을 좋게 보신 분들이 붙여준 명칭입니다.
합리적이건 개혁적이건 저는 분명히 보수주의자입니다.
그런데 제가 ‘왜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돕느냐’ 궁금하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릴까요.
제가 문재인 후보를 돕는 이유는 우선 지금 유력한 후보 두 분 중에 문재인 후보가 민주주의를 더 잘 실천할 지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모두들 지금 국민통합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두 분의 후보 중에서 통합을 더 잘 할 수 있는 지도자는 문재인 후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건국이후 이룬 성과가 크게 두 가지죠.
산업화와 민주화입니다. 정말 자랑할 만한 성과지요.
그런데 저는 이 두 가지에 기여한 바가 별로 없습니다.
특히 민주화에 있어서는 민주화 세력의 반대진영에 속해 있던 사람입니다.
그러면서도 민주화의 혜택은 누구 못지않게 누린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운동에 빚진 사람인 셈이죠.
그런 미안함과 부채의식이 마음 한 켠에 늘 있어왔습니다.
또 하나, 저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가 이념갈등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사회갈등의 밑바탕에는 이념갈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이미 오래 전부터 소모적인 이념대결을 끝내고 민생을 돌보는 생활정치를 해 달라고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런 국민의 요구를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게 된 것이고 안철수 현상의 배경이 되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번 대통령 선거가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을 완화하고 조절하는데 좋은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면 이 일을 대통령 후보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이념의 경계선을 가로지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걸 누가 하겠는가.
더 이상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저 같은 사람이 적임자 아닌가.
그래서 이번에 제가 그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느냐?’ 많은 분들을 만나보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인물은 좋다’, ‘대통령감이다’, ‘그런데 당은 좋아하지 않는다’, ‘후보는 좋은데 친노는 싫다’, ‘후보는 좋은데 대북정책이 불안하다. 그래서 어쩐지 불안하다’ 하지만 보수주의자인 제가 본 문재인은 달랐습니다.
오늘 그 얘기를 말씀드리려고 나왔습니다.
제가 문 후보와 처음 마주 앉은 것은 지난 9월 24일 월요일 조찬을 같이 하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문 후보가 싫어할 얘기를 먼저 꺼냈습니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가 실패한 이유가 어디 있다고 보시는가? 분노의 정치, 분열의 정치를 했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문 후보는 진지한 표정으로 저의 지적을 인정하면서 “그 부분을 뼈저리게 반성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만일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단서를 붙였습니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식견과 경험있는 분들의 지혜를 모아서 민주적으로 통합하는 리더십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이라는 얘기였습니다.
문 후보의 말은 화려하지도 않고 매끈하지도 않았습니다.
좀 투박한 듯 하지만 상대방 마음을 울리는 그런 진정성이 실려 있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저는 이어서 또 그가 싫어할 만한 얘기를 했습니다.
“국민통합을 한다면서 국립현충원을 참배할 때 왜 이승만 박정희 두 대통령의 묘소를 뺐는가? 통합의 관점에서 볼 때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서 문 후보는 역시 진솔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국가폭력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참배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전에 저의 역사인식을 한 번 쯤 분명히 해 드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 전까지 문 후보를 TV를 통해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사람은 착하지만 어딘가 자기 중심이 약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제가 사람을 잘못 봤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요즘에 리더십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명령하는 게 리더십이 아닙니다. 아랫사람을 휘두르는 게 리더십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것을 잘 모아서 좋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그게 진짜 리더십이죠. 그게 바로 민주적 리더십이죠.
겨우 두 시간 이야기해보고 사람을 어떻게 아느냐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 중에는 십년을 가까이 있어도 속을 잘 모를 사람이 있고, 또 반대로 몇 시간만 얘기해 봐도 속을 잘 알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문 후보는 처음 마주앉은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자신의 마음을 열고 솔직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그런 지도자였습니다.
또 사람들에게는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게 있습니다.
둘이서 얘기를 나누는데 문 후보를 돕는 사람들이 왔다 갔다해요. 비서관으로 보였습니다. 뭐 전할게 있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문후보가 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나 그 태도를 유심히 봤습니다. 그런데 아랫사람들한테도 아주 겸손해요. 인격적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아,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국민들을 존중하겠구나. 국민들 앞에 겸손한 대통령이 되겠구나. 국민들 얘기에 귀 기울이겠구나.’ 이런 판단을 하게 됐습니다.
대화가 끝나갈 쯤 문 후보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요즘 잠을 잘 못잡니다. 별안간 불려나온 사람이라 준비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해도 과연 나라를 잘 끌어나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그래서 잠이 잘 안 옵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문재인은 자기의 부족함을 남 앞에서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것은 쉽지 않습니다. 한나라의 대통령 후보쯤 되는 사람이 그것도 아직 자기편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그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오히려 저는, 문재인이라는 사람의 묵직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자신이 모르는 게 많다고 생각하는 지도자는 자연 남의 말을 들으려고 하게됩니다.. 그러면 실수를 막을 수 있지요. 또 남의 말을 잘 듣는 지도자 옆에는 좋은 인재들이 모이게 마련이지요. 그러면 국가를 발전시키고 국민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문재인 후보는 차기 정부를 ‘위기관리 정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습니다.
“한국 사회의 갈등이 오랜 세월 지나치게 증폭이 돼서 이렇게 가다가는 나라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 후년 경제적으로, 또 외교안보적으로 어려운 시절과 도전이 온다. 그런데 이걸 극복하려면 정부와 국민, 여야가 다 한 덩어리가 돼서 이걸 뚫고 나가야 되는데, 갈등이 이렇게 심해지면 그게 안 되지 않겠느냐. 어떻게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겠느냐” 그게 굉장히 걱정이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문 후보는 제게 국민통합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그럴 역량이 없다고 사양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는 약간 퉁명스런 말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꼭 저 문재인을 위한 것만도 아닙니다. 또 민주당만을 위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윤 장관이 그동안 쓰신 글, 책 다 봤는데 평소에 나라 걱정 그렇게 많이 하는 분이니까 이런 국민통합의 일은 좀 맡아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이 말에 제가 거절하기 궁색한 입장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제 마음이 움직이더라고요.
두 시간 이야기하는 동안 제 마음이 그렇게 저절로 움직이는 것에 제 자신도 놀랐습니다. 전혀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거든요.
문재인은 그런 사람입니다.
평생을 자기와 반대진영에 서있던 저 같은 사람을 불과 두 시간 만에 ‘같이 손잡고 가자’ 설득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민주적인 대통령감이지요
그렇습니다.
이번 대선은 후보 개인에 대한 인기투표도 정당의 지지를 묻는 투표도 아닙니다. 정치권과 국민, 여와 야를 한 덩어리로 만들어서 국민들과 함께 위기를 잘 해결할 지도자를 뽑는 것입니다.
문재인 후보도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이념과 지역, 당파를 뛰어넘어 하나가 되는 대통합을 이루고 국민의 정당, 시민의 정부로 만들겠다”고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약속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시는 국민 여러분,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이성적이고 신중하게 판단할 일입니다.
대통령 선거운동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대통령이 되면 잘 할 사람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문재인 후보는 아시다시피 꾸밀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사실 주변에서 조언도 많이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듣지를 않는답니다. 꾸미는 걸 체질적으로 싫어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결국 주변에서 포기했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당연히 선거운동에서는 불리하지요. 그래도 이렇게 높은 지지를 받는 것을 보면 물론 정권교체와 새정치에 대한 여망도 있지만, 후보의 인물 자체가 대통령감으로 믿음이 간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사실 저는 무엇보다도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잘 할 사람이라는 게 안심이 됩니다. 국정을 잘 이끌어 갈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려면, 첫째, 사심이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둘째, 민주적인 리더십을 가져야 합니다.
다른 당 후보도 통합을 이야기합니다. 그것도 대통합입니다. 그런데 통합이라는 게 뭔가요? 그분은 국민통합이라는 게 어느 한 특정집단이나 가치를 중심으로 모든 국민이 뭉치는 것을 통합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통합이 아니라 동원입니다. 유신체제 같은 거 아닌가요?
문재인 후보는 제가 직접 보고 듣고 판단한 것이나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을 보건데, 민주적인 리더십을 가진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민주화 운동을 해서가 아닙니다. 민주화 운동을 했던 분들 중에도 과거 권위주의에 길들여져 있던 분들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는 말과 행동과, 살아온 길이 일치합니다. 이런 사람 참 드물죠. 그런데, 문재인 후보가 바로 그런 품성을 가진 사람입니다.
대선 TV토론을 보신 분들도 느끼셨을 겁니다.
문재인 후보는 상대방과 공통점을 찾아서 차이점을 해소해 나가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지 않았습니까. 통합이라는 것은 대립이나 갈등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가치가 존재하는데, 지금까지 갈등이 심했던 것은 ‘내가 추구하는 가치, 내가 가진 이념만이 진리이다’ 라는 이념적 폐쇄성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이렇게 해가지고는 공존이 안 됩니다. 당연히 통합도 안 되지요. 그런데 문재인 후보는 통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고 그리고 그것을 이루어낼 수 있는 유일한 대통령 후보입니다.
국민 여러분, 대통령이 갖춰야 될 능력은, 당선되는 데 필요한 능력이 아니라 선출 이후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 당선 이후의 통치력입니다.
다소 말이 어눌하고, 듣기 좋은 말 하지 않더라도 정말 잘할 사람을 알아보는 것, 그것도 국민들의 능력이고 역량입니다.
이제 우리 정치는 달라져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보수냐 진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삶을 챙기는 생활정치로 빨리 옮겨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재인 후보가 약속했듯이 완전히 새로운 건물을 짓는 수준으로, 우리 정치의 판을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국민들 앞에 겸손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서로 다른 이해를 조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민주적인 리더가 필요합니다.
국민 여러분, 누가 더 민주적인 지도자입니까?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누가 더 적합합니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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